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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언론보도

  • [조선데스크]‘형사조정제도’가 성공하려면
  • 등록일  :  2007.04.10 조회수  :  3,820 첨부파일  : 
  • [조선데스크] ‘형사조정제도’가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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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검찰에 새로운 형사 분쟁 해결 제도가 생겼다. 형사조정제도라는 것이다. 고소사건에 대해 검찰청이 위촉한 각 분야 전문가들이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중재해 합의를 유도하는 제도다. 작년 서울 남부지검, 서울 동부지검, 대전지검, 부천지청에서 시범 실시된 이후 올 초부터 다른 검찰청으로 확대되고 있다. 3월 말까지 울산지검, 수원지검, 인천지검이 차례로 도입했다.

      이 제도가 관심을 끄는 것은 형사 분쟁 해결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소사건 처리가 여간 복잡하지 않다. 경찰이나 검찰에 고소장을 내면 고소인을 불러 조사를 하고 참고인 조사, 증거물 조사 등을 거쳐 피고소인을 부른다. 피고소인의 혐의가 인정되면 구속 또는 불구속돼 재판에 넘겨진다. 그동안 고소인과 피고소인은 몇 번씩 경찰서나 검찰청을 오가야 한다.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소인이 가해자로부터 손해 배상을 받으려면 형사 고소와는 별개로 또다시 민사 소송을 내야 한다. 여기선 형사사건에서와 달리 대부분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민사 소송이 끝나기까지는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이래저래 시간과 돈과 노력의 낭비가 말이 아니다. ‘송사(訟事) 3년에 집안 망한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형사조정제도는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하는 제도다. 고소장이 검찰청에 접수되면 담당 검사가 접수 1주일(경찰에 고소돼 검찰로 송치된 사건은 1개월) 안에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동의를 받아 형사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의뢰한다. 이 제도를 도입한 검찰청은 변호사, 의사, 건축사, 대학교수, 회계사, 건설회사 임원 등 각 분야 전문가 30~60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놓고 있다. 분야별로 위원 3명이 1조가 돼 조정을 맡는다. 위원회는 사건 당사자들을 불러 법률적 쟁점을 설명하고 합의를 유도한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원할 때는 적절한 배상금액을 산정해 양측을 설득한다. 조정이 이뤄지면 사건 처리는 모두 끝난다. 피고소인은 재판을 받지 않아도 되고, 고소인은 배상을 받으려고 다시 민사 소송을 내지 않아도 된다.

      작년 4개 검찰청의 시범 실시 결과는 일단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조정에 넘겨진 총 423건 가운데 172건(40.7%)에 대해 조정이 이뤄졌다. 부천지청의 경우 그 비율이 173 건 중 99건으로 57.2%의 성공률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우선 이 제도를 도입한 검찰청이 몇 곳 안 된다. 전국 56개 지검·지청 중 몇 곳만이 실시하고 있다. 전체 고소사건 중 조정에 넘겨지는 비율도 높지 않다.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양보와 합의보다는 ‘끝까지 해보자’는 감정을 앞세우는 국민의식 탓도 있겠지만 조정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못한 게 더 큰 원인일 것이다. 따라서 조정제도의 신뢰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능력과 자질을 갖춘 민간 전문가들의 선발, 이들에 대한 조정과 중재기술 교육, 여기에 적용될 프로그램 개발 등이 검찰이 해야 할 일이다.

      이 제도가 성공한다면 그 효과는 단순히 개인의 편의 증진에만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 간의 사소한 분쟁은 자원봉사 민간인이 주도하는 조정에 넘기고 검찰은 강력 범죄, 고위 공직자 비리 등 보다 중요한 사건 수사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웃간의 조그마한 분쟁까지 국가기관이 일일이 뒤치다꺼리하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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